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로테스크한 선율…아시아 초연 신선한 무대

입력 2017-07-02 20:52   수정 2017-07-03 06:51

리뷰


[ 김희경 기자 ] “‘나는 내가 만진 것을 느낀다’는 ‘나는 내가 느낀 것을 만진다’랑 똑같군. ‘나는 내가 만든 것을 판다’는 ‘나는 내가 판 것을 만든다’랑 같네.”

익살스러운 언어 유희와 함께 그로테스크한(기괴하고 부자연스러운) 선율이 이어졌다. 가수들의 목소리와 호흡은 급격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는 듯했다.

지난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는 콘체르탄테(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선보였다. 전막 공연은 아니지만 기존 오페라에서 볼 수 없던 형이상학적 무대였다는 것이 객석의 평가다.

이날 무대는 ‘우리 시대 작곡가 : 진은숙’ 공연의 일부로 마련됐다. 진은숙은 국내 대표 현대음악가이자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상임작곡가 겸 공연기획자문역을 맡고 있다. 이 작품은 루이스 캐럴의 원작을 토대로 그가 작곡한 오페라다. 2007년 독일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개막작으로 세계 초연됐다. 이번 공연은 50분 분량을 발췌해 선보였지만 ‘아시아 초연’의 의미를 지닌다.

소프라노 레이첼 길모어(앨리스), 메조소프라노 제니 뱅크(공작부인), 바리톤 디트리히 헨셀(모자 장수)이 무대에 올랐다. 지휘는 이스라엘 출신의 일란 볼코프가 맡았다. 연주는 서울시향이 선보였다.

앨리스의 철학적 사유는 현대음악의 색채가 빚어내는 멜로디와 잘 맞아떨어졌다. 길모어의 청아한 목소리와 뱅크의 익살스러운 묘사는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하지만 “와우 와우 와우”를 수차례 반복하던 뱅크의 호흡이 순간 흐트러지면서 객석을 살짝 긴장시켰다. 오케스트라 소리에 뱅크의 노래가 묻히기도 했다. 세 명이 함께 “트윙클, 스프링클, 링클…”이라며 유사 발음의 단어를 빠르게 읊던 장면에선 좀 더 통통 튀는 연기가 더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앞선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진은숙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과 6개의 연습곡(에튀드) 중 1, 2, 5번을 연주했다. 피아노 협주곡에선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인 동시에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라고 한 진은숙의 말이 그대로 실현됐다. 기존 피아노 협주곡에선 현악, 관악기 중심의 오케스트라가 피아노와 어우러지면서도 대결적 구조를 보인다. 진은숙은 여기서 벗어나 24개의 타악기를 더해 오케스트라가 피아노의 선율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김선욱은 이를 마음껏 즐기는 듯 감각적이면서도 강렬한 사운드를 만들었다. 스스로 균열하며 음을 흩트렸다가 피아노를 내리치는 듯한 폭발적인 타건으로 휘몰아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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